오사카 사카이시에는 일본에서 가장 크고, 또 가장 신비로운 고분이 하나 있습니다. 이름은 다이센료 고분. 길이만 486m에 달하고, 전체 면적은 46만㎡나 된다고 하니, 그 크기만으로도 압도적입니다.
이집트의 피라미드나 중국의 진시황릉과 종종 비교되는 것도 당연하지요.
위에서 내려다보면 이 고분은 특이하게도 열쇠구멍 모양을 하고 있습니다. 일본 고훈시대의 대표적인 무덤 양식인 전방후원분입니다.
그런데 이 거대한 고분 앞에 서면 누구나 이런 의문을 갖게 됩니다. 도대체 누가 이 무덤 속에 잠들어 있을까?

닌토쿠 천황의 무덤일까?
일본 황실은 이 고분을 닌토쿠 천황의 무덤이라고 공식적으로 지정해 두었습니다. 『일본서기』와 『고사기』 속에서 닌토쿠 천황은 세금을 줄여 백성을 편하게 해주고, 대규모 토목 사업을 펼친 자비로운 군주로 묘사됩니다.
그래서인지 궁내청은 이곳을 성역으로 삼아 철저히 관리하며, 발굴이나 조사를 허락하지 않고 있습니다.
하지만 고고학자들의 눈은 조금 다릅니다. 주변에서 확인된 하니와와 봉토 축조 방식, 해자의 구조 등을 살펴보면 이 고분은 5세기 중반에 조성된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닌토쿠 천황은 전승에 따르면 4세기 말~5세기 초 인물. 시기가 맞지 않습니다. 그
래서 학계에서는 전승의 기록이 틀렸을 가능성, 혹은 이 무덤의 주인은 닌토쿠가 아닌 다른 왕이나 유력자일 수 있다는 이야기가 끊임없이 나옵니다.
발굴이 금지된 무덤
다이센료 고분의 미스터리가 풀리지 않는 이유는 단 하나, 발굴이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황실이 직접 관리하는 고분이라 내부를 조사할 수 없고, 지금까지 진행된 연구는 항공 촬영이나 레이저 스캔 같은 비파괴 조사뿐이었습니다.
덕분에 전체 윤곽과 규모는 알게 되었지만, 정작 가장 중요한 무덤 속 세계는 여전히 베일에 싸여 있습니다.
유출된 유물의 단서
흥미로운 사실 하나. 19세기 메이지 시기, 고분 관리가 느슨했던 시절 일부 유물이 바깥으로 흘러나간 적이 있습니다.
최근 연구에서는 그중 일부가 실제 다이센료 고분에서 나온 것임이 밝혀졌습니다.
금동 장식품, 무기류, 갑옷 조각 등이 확인되었는데, 이것만 봐도 무덤 속에는 왕권을 상징하는 값진 부장품이 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다만 전체 그림을 확인하기엔 여전히 부족합니다.
끝나지 않은 피장자 논쟁
이런 상황이다 보니 피장자를 둘러싼 논쟁은 계속됩니다. 한쪽에서는 닌토쿠 천황이라는 전승을 신뢰하며, 고분은 왕의 신성함을 보여주는 성역으로 남겨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다른 한쪽에서는 고고학적 증거에 따라 연대가 맞지 않는다며, 야마토 정권의 다른 지배자 혹은 권력 집단을 대표하는 인물이 묻혔을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결국 지금으로선 누구인지 확실하게 말할 수 없다는 점이 오히려 다이센료 고분을 더욱 매력적인 미스터리로 만들고 있습니다.
열쇠구멍 모양의 비밀
그렇다면 왜 이런 특이한 모양으로 고분을 만들었을까요? 전방후원분은 세계적으로 유례 없는 무덤 형태인데, 원형 부분은 무덤 주인의 매장 공간이자 하늘과 영적 세계를 상징하고, 사각형 부분은 의례 공간이자 땅과 현실 세계를 상징한다고 해석됩니다.
즉, 고분 주인은 하늘과 땅을 잇는 존재, 곧 천지 사이를 중재하는 권력자였다는 뜻이지요.
한반도와의 연결고리
재미있는 점은 이와 비슷한 무덤이 한반도 남부, 특히 가야와 백제에서도 발견된다는 사실입니다. 규모는 일본보다 작지만, 모양이나 축조 방식이 흡사합니다.
이는 일본의 전방후원분이 단순히 일본 안에서만 발전한 것이 아니라, 당시 활발한 한반도와의 교류 속에서 만들어진 문화적 산물일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줍니다.
다이센료 고분은 단순히 일본 고대사의 유적을 넘어, 동아시아 고대사를 잇는 퍼즐 조각이기도 한 셈입니다.
오늘날의 다이센료 고분
2019년, 다이센료 고분을 포함한 모즈·후루이치 고분군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습니다.
지금은 드론 영상과 3D 지도를 통해 일반인도 그 압도적인 규모를 실감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고분 속의 진짜 비밀은 여전히 풀리지 않았습니다.
왕의 무덤일까, 신화 속 인물의 흔적일까, 아니면 거대한 권력 집단의 상징일까.
그 답은 아직 누구도 모릅니다. 그러나 오히려 그 미스터리 덕분에 다이센료 고분은 지금도 전 세계인의 호기심을 자극하며, 일본 고대사의 가장 흥미로운 수수께끼로 남아 있습니다.